한국 서예의 거목 추사 김정희 선생과 관련된 검색어를 찾다 보면 ‘도망시추사’라는 말이 보입니다. 마치 사자성어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떤 고유명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도망시(장르)’와 ‘추사(인물)’가 합쳐진 말입니다. 유배지에서 아내의 부고를 듣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쓴 이 시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것입니다. 오늘은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을 이해하기 위해 도망시추사 한자뜻을 한 글자씩 뜯어보고, 그 안에 담긴 절절한 사연을 알아보겠습니다.

1. 도망(悼亡)의 한자 풀이
도망시는 단순히 도망친다는 뜻이 아닙니다. 죽은 사람, 특히 ‘아내’를 애도한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도(悼): 슬퍼할 도. 마음 심(忄)변이 있어 마음 깊이 서러워하고 애도한다는 뜻입니다.
- 망(亡): 잃을 망 / 망할 망. 여기서는 ‘죽음’ 혹은 ‘잃어버림’을 의미합니다.
- 시(詩): 시 시. 문학 양식을 뜻합니다.
즉, ‘죽은(亡) 이를 슬퍼하며(悼) 짓는 시(詩)’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친구나 친지의 죽음을 통칭했으나, 중국의 시인 판악이 죽은 아내를 그리며 쓴 시가 유명해지면서 이후로는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되었습니다.
2. 추사(秋史)가 겪은 비극
추사 김정희는 55세 되던 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를 떠납니다. 위리안치(가시울타리 안에 갇히는 형벌)된 남편을 위해 부인 예안 이씨는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탓이었을까요. 추사는 유배 3년째 되던 해,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듣게 됩니다. 그것도 배편이 끊겨 한 달이나 지난 뒤에야 소식을 접했습니다.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리움에 추사는 붓을 들어 시를 남깁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 시대 도망시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3.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슬픔
추사가 쓴 도망시의 핵심 내용은 “다음 세상에서는 역할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월하노인에게 하소연하여 내세에는 내가 아내가 되고 당신이 남편이 되어, 나처럼 천리 밖 유배지에서 아내 잃은 슬픔을 당신도 한번 겪어보게 하고 싶소.”
얼핏 들으면 저주 같지만, 이는 그만큼 내가 겪는 슬픔이 뼈에 사무치게 아프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시를 쓴 후 추사는 식음을 전폐하고 통곡했다고 전해집니다.
마치며
도망시추사 한자뜻을 알고 나니 글자 하나하나에 배어있는 작가의 슬픔이이 느껴지시나요?
추사는 평소 감정을 절제하는 사대부였지만, 아내의 죽음 앞에서는 체면도 위엄도 모두 내려놓았습니다. 이 시의 정식 명칭은 ‘배소만처상(配所輓妻喪)’으로, ‘유배지에서 아내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아내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그리움이 만들어낸, 조선 도망시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추사는 아내와 사이가 좋았나요?
네, 매우 각별했습니다. 유배지에서도 아내에게 자주 편지를 써서 약을 잘 챙겨 먹는지, 집안일은 어떤지 세세하게 물을 정도로 애처가였습니다.
월하노인이 무슨 뜻인가요?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전설 속의 중매쟁이 신입니다. 추사는 이 신에게 부탁해서라도 다음 생의 인연을 바꾸고 싶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