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학교를 떠올리면 교실, 시험, 성적표 같은 익숙한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 책 ‘산적떼 같은 요놈들, 예쁘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시험도 없고, 학비도 없으며, 산과 들에서 일하고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기존 교육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배움의 길을 제시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학교가 정말 있을까?”라는 놀라움과 “우리 교육에 이런 시도가 가능할까?”라는 물음을 동시에 던지게 됩니다. 변산공동체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책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봅시다.

변산공동체학교, ‘말도 안 되는 학교’
이 책의 중심에는 20년 넘게 변산공동체학교를 이끌어 온 김희정 교장이 있습니다. 변산공동체학교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에서 1998년부터 시작된 ‘시험 없는 학교’입니다. 학비를 받지 않고, 아침 세 시간 동안만 공부하고, 오후에는 모두가 어울려 일을 합니다. 이곳에서는 교사 자격증이 없는 마을 사람들이 선생님이 되고, 아이들은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합니다. 영어와 수학처럼 흔히 필수라고 여겨지는 과목조차 동아리 형식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경쟁 대신 서로 협력하며 배움을 이어갑니다.
이 학교의 독특한 운영 방식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농사를 짓고, 손발을 놀려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내며, 스스로 삶을 책임지는 법을 배웁니다. 이러한 배움은 교과서와 책상에 갇히지 않고, 온몸으로 자연을 경험하며 이루어집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성장하는 곳
책은 변산공동체학교에서 성장해온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왕따를 당했던 아이, 게임 중독에 빠졌던 아이, 부모와의 갈등 속에서 힘들어했던 아이 등, 저마다의 이유로 학교에 찾아온 아이들은 공동체 안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농사일을 통해 몸을 움직이며 얻는 성취감, 함께 생활하며 배우는 배려와 책임감, 자신만의 속도로 따라가게 해주는 환경은 이들이 스스로 삶의 방향을 찾아가게 돕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학생들만의 성장이 아니라 어른들의 성장에도 초점을 맞춥니다. 선생님이나 학부모들도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자연스레 배우고 성장합니다. 아이들과의 다툼, 공동체 생활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른들 또한 서로를 이해하고 배움을 이어갑니다.
불편한 환경이 주는 깨달음
책에서는 변산공동체학교의 기숙사 생활 이야기도 흥미롭게 다룹니다. 재래식 화장실, 아궁이에 불 때야 따뜻해지는 방, 손으로 하는 빨래 등 도시 생활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환경에서 아이들은 점차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웁니다. 이런 환경은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다가오지만, 점차 아이들에게 세상의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학생들이 직접 밭을 매고, 모내기를 하며, 건축 수업으로 흙벽돌을 찍는 과정은 몸으로 익히는 배움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자립심과 삶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계기가 됩니다.
변산공동체학교가 남긴 숙제
하지만 책은 이 학교가 직면한 어려움도 솔직하게 풀어놓습니다. 공동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대부분이 도시로 나가는 현실, 농촌에 남으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지원 문제 등이 책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김희정 교장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기초살림대학’이나 장학금 마련 등 새로운 시도를 모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교육과 공동체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결론
《산적떼 같은 요놈들, 예쁘다》는 단순히 특별한 학교의 이야기를 넘어서, 교육과 공동체,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경쟁과 성과에 집착하는 현대 교육 속에서 이 책은 배움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만듭니다.
“말도 안 되는 학교”라는 별칭처럼, 이 학교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실천은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중요한 힌트가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이 책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